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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집간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작성자
  남명  
날짜
  2019-10-14

夫和婦順
--시집간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이제 며칠만 있으면 한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는구나.세월 가는 것을 붙잡아 두고 싶지만 어찌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 가능 하겠느냐.너도 부모 품을 떠난 지 어언 6년 반이 되었구나.좋은 남편, 그리고 귀여운 아들을 두어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니 아버지로서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철없는 너를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너무 일찍 시집을 보낸 후 늘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쉬움도 컸었다. 서울에서 가까이 살 때는 그런대로 위안이 됐는데 이국땅 먼 곳으로 너희들을 보내고 나니 우리 가족 중 너의 자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가를 뒤늦게 느껴본다.나는 너희들이 진정으로 부화부순하며 잘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

서 오늘은 행복한 가정을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에 대해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주고 싶구나.인생의 첫번째 만남은 부모(父母)와 자식으로서의 만남이다. 이것은 하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인생의 두번째 만남은 부부(夫婦)로서의 만남이다. 이 또한 하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하늘이 주신 첫번째 은혜에 보은(報恩)하기 위해서 우리는

효(孝)를 실천 해야 하고하늘이 주신 두번째 은혜에 보은(報恩)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화부순(夫和婦順)을 해야 하는 것이다.성훈의 가르치심에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효를 행하는 것이 하늘이 정한 이치다'[父母慈子 子孝天定] 하셨고 '부부간에 서로 화목하고 순종하면 만복(萬福)이 불어 생(生)한다' [夫和婦順 萬福滋生] 하지 않았는가? 다른

데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바로 이 두 덕목에 만복이 다 들어있다는 소중한 가르치심이다. 부부란 서로 다른 반(半)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다. [1+1=2]가 아닌 [0.5+0.5=1]
이다. 어차피 인간은 완벽 할 수 없기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살아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완벽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

고 불화가 생기고 하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 어머니를 봐라! 너의 어머니와 나는 서로가 많이 다르다. 길을 함께 걸으면 아버지는 언제나 앞서고 어머니는 뒤따른다. 늘 아버지는 빠르고 어머니는 느리다.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항상 그렇다.아버지는 새벽에 맨 먼저 일어나서 설치는 아침형 인간이고 , 어머니는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든다. 그래서 우리집엔 아

침이면 아버지 청심주 소리요 저녁이면 어머니 청심주 소리가 울린다.백화점 쇼핑을 나가면 아버지는 물건 하나 고르는데 5분 걸리고, 어머니는 아마 50분은 걸릴 것이다. 아버지는 밖에 나가면 늘 활달하고 말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어머니는 밖에 나가면 언제나 말이 없다. 사람 만나기도 꺼려해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고 좋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동반 모임에 아버지는 늘 혼자 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집에서는 아버지는 말이 없고 너의 어머니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버지는 수양문답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잔소리까지 다 들어 주어야 한다.음식도 아버지는 맵고 얼큰한 것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싱겁고 순한 음식을 좋아한다. 육류는 아예 먹지도 않지. 무슨일에 부딛치면 아버지는 '바

로 해보자!' 라고 말하고 어머니는 '머드게!(뭐하러!의 사투리) 라고 말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의 조화다. 아버지는 치밀하고 주도면밀하여 남에게 속는 법이 별로 없는데 , 어머니는 마음씨가 좋아 가끔 속기도 하고 돈도 떼이곤 한다.남을 도와주거나 성덕을 받드는 성심(誠心)은 너의 어머니 배포가 아마 아버지의 열배는 될 것이

다. 아버지는 너의 어머니에게 "돈을 벌어보지 못해서 돈 아까운줄 모른다"고 핀잔도 주지만 그런 너의 어머니에게 이겨본 일이 없다. 아버지의 성격이 강직(剛直) 하다면 어머니 성격은 온순(溫順)하고 겸손(謙遜)하다.아버지가 '열정(熱情)' 이라면 어머니는 '무색무취의 순결(純潔)'이다.이렇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서로 반(半)쪽을 채워가며 살아가

는 것이 바로 부부다. 아버지가 너의 어머니에게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버지가 채워 줘야할 몫이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 있
다면 이 또한 어머니의 몫이다.너의 어머니는 늘 부족하여 아버지가 보호해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오고 있는데 아마 이것이 남편의 사랑을 받는 네 어머니의 비결 인지도 모

른다.상대적으로 똑똑한 아버지가 착하고 어리숙한 너의 어머니를 이겨보지 못했다.바로 그것이다!착하면 다 된다. 조금은 밑지고 살고 이기려고 하지 않으면 결국은 그것이 모두 다 이기는 길이다. 여자가 너무 남편에게 똑똑한 체 하고 남편을 공경하지 않으면 남
편의 '보호본능'은 무관심으로 돌변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 하거라.언제나 나를 낮추

고 겸손하게 남편을 받들고 이해하도록 노력 하거라.무슨 일이 있을 때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자성반성(自性反省)으로 풀어 버리면 자동으로 해결 되어 버리는 이치(理致)를 너는 이미 터득 했을 것이다. 성훈에 "남자는 양강위덕(陽剛爲德)하고 여자는 음유위용(陰柔爲容)이라. 연(然)이나 생민지초(生民之初)에는 인권남녀(人權男女)

동구(同俱)하여 각유소장(各有所長) 이니라" 하셨다. 이 가르치심의 음미를 잘 공부해 보거라.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데는 믿음과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아버지 어머니는 늘 도덕공부에 대한 공통의 대화거리가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부부간의 수양문답만큼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느냐? 너희 둘이도 믿음을 가지고 늘 대화를 하는 그런 부부

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 배운다. 사랑스런 우리 태준이의 가정교육이 바로 너희들 뒷모습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부화부순(夫和婦順)이 되어야 부모님께도 효(孝)를 할 수 있나니-선화도(善化道)!부족한 아버지도 더 착해지려 노력 하겠다. (2005년 12월 19일 아버지가)
^^* 성균관대학교 상임이사 고인수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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