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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일지(25)
비행기가 이륙하자 아내는 벌써 잠이 들었다. 아내는 비행기만 타면 어지러워 자동적으로 잠이 드는데 장거리 여행할 때는 편한 버릇일 수 있다.
그런데 하늘 높이 치솟아야 할 비행기가 구름과 수평을 이루며 초원 위를 기는 것이 아닌가? 설마 코끼리나 기린 등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테고, 비행기는 약 2시간 동안 계속 초원과 구름 속을 선회하는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들 잠이 들어 태평성세이다. 아내가 걱정할까봐 깨워서 얘기해줄 수도 없고 계속 밑에만 내려다보며 끙끙대고 있는데, 스튜어디스들이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비행기 날개에서는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아래층 승객들은 난리가 났다. 엔진고장이나 화재가 난 것이 아닌가? 웅성웅성하고 있고 기장은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랜딩기어가 고장이 나서 홍콩으로 가지 못하고 불시착하기 위해 수백 드럼의 연료를 버리기 위해 초원 위를 빙빙 돌았으며 연료가 나오는 것을 보고 화재가 난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래층에는 산소 호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산소 호스는 비행기가 위급사항이 아니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기도하는 사람, 우는 사람, 아우성치는 사람,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연하고 침착하게 기장과 스튜어디스들의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드디어 기장이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 불시착하겠다고 한다.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내는 아직까지 잘 자고 있다. 깨우지 말자. 걱정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다음부터는 더 올바르게 살겠다고 다짐을 할까?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이렇게 담담할 줄은 나 자신도 미처 몰랐다. 벌써 내가 해탈했나? 안전벨트나 바짝 조이자.
드디어 착륙하는데 랜딩기어가 풀렸는지 바퀴가 나오는 소리가 윙- 끄르륵하고 들린다.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소리가 들리며 비행기가 두어 번 튀더니 무사히 착륙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소방차와 각종 장비가 경광등을 번쩍거리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것이 영화 “다이하드”를 보는 것 같다. 실감이 난다. 내가 당해보니 다음에는 이런 상황은 절대 거절이다. 한번으로 족하다. 공항 대합실에서 진이 빠져 2시간 가량 늘어져 있으니 다른 비행기를 준비했다고 다시 타라고 한다. 웃기는 것은 아내는 무사히 착륙하고 내릴 때, 흔들어 깨우니 “벌써 홍콩에 왔어요?”하고 묻는다. 귀여운 것! 이번에는 괜찮겠지.....
같은 자리에 타고나니 대접이 융숭하다.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빙빙 돈다. 한참 서 있다. 또 돈다. 또 서 있다. 드디어 기장의 어나운스먼트가 나왔다. 이 비행기에도 결함이 있을 수 있으니 모두 내려달라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다시 공항 대합실로 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다음 편에 계속...
<위 글은 서울ROTC로타리클럽 주보 53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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