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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일지(13)
드디어 암사자가 임팔라를 공격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참고로 수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암사자가 사냥해온 먹이를 빼앗아 먹고 그저 누워 자거나 씨 뿌릴 때만 필요한 존재다. 암사자가 임팔라 떼를 향해 배를 땅에 대고 살살 기어 접근하더니 한 놈을 점찍어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 임팔라는 경계음을 내며 이리저리 흩어져 뛴다. 하늘 높이 날면서 용수철처럼 튀면서 달린다. 사자도 죽어라하고 쫓는다. 오늘 마지막으로 뛰는 것처럼. 그러나 역부족이다. 먹이를 놓쳤다. 헐떡거리면서 허무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암사자를 위로해주고 싶다. 사자가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20%밖에 안 된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앞에서 망신당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새끼 사자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 차옆에서 애교를 떨며 돌아다닌다. 오늘은 꼼짝없이 굶었다. 안됐다.
다음에 만난 것이 톰슨가젤 새끼를 겨냥해서 기는 하이에나이다. 하이에나는 화면에서 볼 때는 제일 지저분하고 치사한 놈으로 보였는데 여기 아프리카에 직접 와서 보니 백수의 왕인 사자보다 하이에나가 더 맹수 같아 보인다. 하이에나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도시의 하이에나(?)인 내가 초원의 하이에나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웃기져.. 이 하이에나도 톰슨가젤을 놓쳤다. 에이, 못난 놈. 내 체면 좀 생각해 줘야지. 하이에나는 맹수 가운데 가장 턱이 발달해서 어떤 딱딱한 뼈나 고기도 씹을 수 있으며 지구력이 강해 몇 날 며칠이고 쫓아가면 못 잡는 먹이가 없다한다. 마라톤하기가 귀찮은 모양이지..
동물이라는 동물은 실컷 보고 분화구에서 비탈길을 올라와 롯지에 도착했다. 이 롯지는 분화구 꼭대기에 있는데 내려다보니 분화구가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져 들어오는 게 장관이다. 망원경으로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쉬는데 드디어 석양이 벌겋게 하늘을 물들이는 것이 아닌가. 아프리카 특유의 Sunset에 다시 한번 감동하며 붉은 와인을 마시니 이 어찌 천국이라 하지 않겠나?
☆다음 편에 계속...
<위 글은 서울ROTC로타리클럽 주보 제523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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